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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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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8
  • 2026.08.07 22:46
 
 
목불인견(目不忍見)
 
하늘 시인 이영하
 
끝내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무너진 것은 한 채의 집이 아니었고,
찢어진 것은 한 사람의 옷깃이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이었다.
 
거리마다 웃음보다 한숨이 먼저 흐르고,
창문마다 불빛보다 침묵이 먼저 켜질 때,
나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이 견디지 못하는 것은 참상이 아니라,
참상을 보면서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리는 우리 자신의 무관심이었다.
 
세상은 거대한 재난보다
작은 외면 하나로 더 오래 병든다.
한 사람의 눈물이 한 사람의 일이 되고,
한 아이의 배고픔이 남의 사정이 되며,
한 노인의 외로움이 신문 한 귀퉁이로 접혀 버릴 때,
양심은 조용히 숨을 죽인다.
 
나는 믿는다.
세상을 살리는 것은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눈빛이라는 것을.
넘어진 이를 향해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울고 있는 사람 곁에 말없이 함께 서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세상을 다시 일으키는 첫 번째 희망이다.
 
눈을 감으면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진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좋은 시력이 아니라, 더 따뜻한 시선이다.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차마 보지 못해 눈을 감는 사람이 아니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손을 내미는 사람으로 살아가리라.
그것이 목불인견을 목불인애(目不忍愛),
곧 차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으로 바꾸는
가장 작은 시작이 될 것이므로.
 
 
〈시작 노트〉
'목불인견(目不忍見)'은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의미를 단순히 참혹한 장면에 대한 탄식으로 머물게 하지 않았다. 진정 차마 볼 수 없는 것은 비극 자체보다, 그 비극을 외면하는 우리의 무관심과 침묵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수많은 아픔을 매일 접하며 살아간다. 재난과 전쟁, 가난과 고독, 소외와 절망은 어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럼에도 익숙해진 현실은 때때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타인의 고통을 남의 일로 흘려보내게 한다.
 
이 작품은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가가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양심의 선언이다. 시의 마지막에서 새롭게 제시한 '목불인애(目不忍愛)'는 사자성어가 아니라, 시인이 만들어 본 새로운 언어이다. 차마 외면할 수 없기에 결국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기에 행동하게 된다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성을 담아 보고자 했다.
 
눈을 감지 않는 사람보다 더 귀한 사람은, 끝내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이 시가 독자들의 마음속에 작은 연민과 실천의 불씨를 밝히는 한 편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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