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건설···‘나중에 주면 된다’는 안일함이 만든 1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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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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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자 칼럼〕
 
 
▲하도급업체는 왜 늘 기다려야 하는가.
 
▲법보다 관행이 앞선 하도급 시장의 그림자
 
▲공정위 조사 뒤에야 지급된 돈, 무엇이 문제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라인건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도급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법정기한을 넘겨 지급하면서도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는 공정위 조사 이후 미지급된 지연이자 11억 6천여만 원을 모두 지급했고, 위반금액이 전체 하도급대금의 0.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참작됐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단순 경고가 아닌 시정명령을 선택한 것은 이 사건을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금액보다 규모다. 피해를 입은 수급사업자가 64개 업체에 이른다는 사실은 특정 시점의 실수나 업무 착오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거래 관행의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건설업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뚜렷한 산업이다. 원청업체는 공사 물량을 배정하는 위치에 있고 하도급업체는 이를 수주해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다. 법적으로는 대등한 계약관계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도급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은 단순한 수입이 아니다.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고 자재비를 결제하며 금융비용을 감당하는 생존자금에 가깝다. 원청업체가 대금 지급을 늦추면 그 부담은 그대로 협력업체에 전가된다. 그래서 하도급법은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대금을 지급할 경우 연 15.5%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처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늦게 지급된 돈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정당하게 보전해 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법보다 관행이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래관계가 끊길 것을 우려한 하도급업체들은 대금 지급 지연이나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원청업체는 이를 당연한 관행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결국 힘이 약한 쪽이 침묵하는 동안 법이 보장한 권리마저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시장의 신뢰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약속한 날짜에 대금을 지급하고 법이 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 바로 그런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질 때 공정한 거래질서도 유지될 수 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원청기업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 협력업체가 무너지면 산업 생태계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인건설은 뒤늦게나마 지연이자를 모두 지급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과연 지연이자는 지급됐을까.
 
 
법을 지키는 기업이 손해를 보고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금융상의 이익을 얻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시장경제의 공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11억 원의 지연이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오래된 과제를 보여주는 상징이며, 공정한 시장질서는 결국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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